할머니의 수술비를 위해 죽은 동생 대신 결혼한 세정.
태무진과 결혼 생활 중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세정은 미련 없이 그를 떠나지만 결국 붙잡히고 마는데.
“어리석은 거야, 미련한 거야?”
세정이 씩씩거리며 노려보자 무진이 말을 이었다.
“내가 널 찾은 이상 다시는 못 도망가.”
“대체 왜 이래요? 날 사랑하는 것도 아니면서!”
화가 난 그녀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쏘아붙였다. 그러자 무진이 비릿하게 입꼬리를 비틀었다.
“널 사랑했으면 배신한 그날 죽였겠지.”
섬뜩한 그의 말에 세정의 두 눈이 커졌다.
“그러니 얌전히 내가 주는 벌 받아. 죽는 것보다는 낫잖아?”
무진이 손을 들어 그녀의 한쪽 볼을 쓸며 뇌까렸다. 세정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손길은 더없이 부드러웠지만, 그녀를 내려다보는 눈빛은 시리도록 차가웠다. 세정은 그 간극이 무섭고 두려워 그에게 매달렸다.
“이건 둘 다 망가지는 길이에요.”
“상관없어. 난 진작 망가졌으니까.”
뭔가 어긋난 듯한 그의 눈빛은 마치 감정 없는 인형 같았다.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