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 있어요? 아니면 집안에 빚이 많다든가.”
이현에게 도건은 나쁘지 않은 신랑감이었다.
혼외자식과 입양아의 만남.
흠집 있는 것들의 결합은 이 바닥에선 흔한 일이었으니까.
“특이하네. 내 소문 못 들었어요?”
그래서 이 남자가 조금 문란하다든가, 행실이 망나니 같다는 점은
그녀에겐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이 숨 막히는 집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도건 씨하고 결혼하고 싶어요.”
“그럽시다. 그럼.”
그렇게 의도된 결혼이었다.
* * *
“잠버릇이 안 좋던데.”
도건이 잔뜩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갑작스러운 말에 이현은 어리둥절함을 숨길 수가 없었다.
“……네?”
“원래 그런 거야, 아니면 나라서 그런 거야?”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 그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던 그녀는 그저 말끝을 흐릴 수밖에 없었다.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고 눈동자를 데구루루 굴리는 사이 자신의 몸 위로 그가 눈 깜짝할 사이에 올라탔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이렇게 만들었으면 책임져야지. 안 그래?”
“제가 언제, 언제 그랬어요.”
“안 보여?”
그가 자신의 허리 아래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그의 상황을 알아챈 그녀는 눈동자가 떨릴 정도로 당황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무는 수밖에. 그 모습을 본 도건이 싱긋 소리 없이 웃었다.
“어떻게 좀 해 봐. 정이현 씨.”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