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는 것도 안 되고, 드라이브도 못 하고, 오피에서…….
-나랑 둘이 할 수 있는 건 오피에서 노는 거밖에 없다?
이게 또 발작 버튼 눌렀네.
-애초에 그렇게 하기로 하고 시작한 거 아니니? 그런 거 싫으면 안 보고 살면 되잖아.
우리는, 기수현과 나는 안 보고 살면 서로에게 훨씬 유익하고 건전한 관계가 된다.
안 보고 살면.
-차암 편리해. 붙어 있다가 걸리적거리면 치워버리고.
-그럼 어쩌라고. 남자 때문에 내 인생 꼬이는 거 싫거든. 네가 무슨 내 첫사랑이라도 되니?
개 같은 이겨울의 첫사랑.
수현은 이를 으드득 갈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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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는다면.
이겨울은 어떤 마음이 들까?
기수현이 살아 돌아올 수 없다면 이겨울은 땅을 치고 후회하지 않을까?
기수현이 이토록 쓸쓸하고 황량한 돌과 흙더미 사이에서 실연의 상처를 안고 한 줌의 먼지로 사라져버린 것을 알게 된다면 이겨울은 피눈물을 흘릴 것이다.
수현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었다.
이겨울이 기수현의 묘지에서 통곡하며 몸부림치는 장면도 꽤 마음에 들었다.
나한테 잘해 준다고 약속했으면 그 약속을 지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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