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 디자이너로서 미쳐 버린 재능은 페라리, 압도적인 미모는 포르쉐, 하지만 옹졸한 인성은 마티즈인 남자, 이한빈.
5년 사귄 연인의 불륜을 통보받은 서하는 그와의 하룻밤이 그 보상일 줄만 알았다가,
[대리님, 소식 들으셨어요? 이번에 우리 회사 수석으로 오는 게 글쎄,]
[이한빈이래요! 천재 디자이너 이한빈!!]
그대로 도망쳤다. 샤워기 소리가 들리던 침대 앞에서.
* * *
“씻고 나왔더니 덩그러니 남겨진 쓸쓸함. 침대 위 지폐 두 장에 느낀 모욕감. 전부 보상해 주겠지, 진서하 씨?”
도망이 무색하도록 얽매인 갑을 관계. 때론 하녀처럼 때론 조수처럼 목줄 잡힌 주제에, 다신 사내 연애 따위 하지 않겠다던 주제에 진서하는.
“끝내주는 남자랑 원나잇. 버킷리스트라며, 진서하.”
그에게만 붙잡히면 숨이 멈췄다.
“그러니 제대로 잡아. 나 놓치지 않게.”
무방비한 충돌 사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