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있었어. 내가 미친X처럼 살 동안.”
무려 5년 만의 재회였다. 늘 다정하던 그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해 봐, 변명. 한 번은 들어 줄 생각 있으니.”
다현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도망치던 제 모습이 눈앞을 스쳤다. 이나는 맞잡은 양손에 힘을 주며 차분히 입을 열었다.
“보시다시피, 다른 남자 만나서 잘 살고 있어요. 아이도 낳았고.”
망설임 없는 그녀의 답에 태윤의 입술이 차갑게 비틀렸다.
“어떤 새끼 애인지 궁금하네.”
묘하게 어그러진 그녀의 표정을 보며, 태윤이 검은 눈을 예리하게 빛냈다.
“왜, 내 애라도 돼?”
그녀는 순간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태윤과 더는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제 마음을 들킬까 봐. 혹시나 불안해하는 제 모습을 그가 알아볼까 봐.
눈빛만 봐도 감정 변화를 알아채던 그였으니까.
“그럴 리가요. 제 뒷조사 다 하셨잖아요. 우리 다현이 나이도 아실 텐데요.”
그녀가 다급히 표정을 갈무리하며 받아쳤다.
“이제 궁금한 건 다 답이 되었나 모르겠네요. 조심히 가세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던 그때, 곧장 이나의 앞으로 다가온 그가 가느다란 손목을 잡아챘다.
“왜, 왜 이래요!”
“이딴 시답잖은 말로 둘러댈 게 아니라, 좀 더 그럴듯한 변명을 가져와.”
낮게 깔린 그의 목소리가 경고하듯 귓가를 울렸다.
“네가 도망간 이유. 왜 갑자기 사라진 건지, 그동안 왜 숨어 지냈는지. 빠짐없이 다 말해야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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