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식 날, 처음 보는 남자와 자 버렸다.
평생 가족의 뜻대로 숨죽여 살아왔는데도 결국 끔찍한 남자에게 물건처럼 팔리게 된 혜수.
또 다른 지옥의 문 앞에서 도망치려던 순간, 거짓말처럼 수혁이 나타났다. 서늘하고 차가운 인상의 남자.
“위로, 필요합니까?”
혜수는 홀린 듯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그게 값싼 동정이든, 찰나의 색욕이든 그저 따뜻하다면 충분했다. 이깟 온기에 마음을 내어줄 만큼, 간절하고 외로웠으니까.
***
어둠 속에서 그가 나긋하게 말했다.
“……내가 당신을 도울 수 있다는 거지.”
“대가는요……?”
“너.”
“……!”
“너를 걸면, 기꺼이 이용당해 줄게.”
나를 팔아 얻는 새로운 삶이라…….
이건 구원일까, 구원의 탈을 쓴 또 다른 불행일까.
혜수는 손을 더듬어 수혁의 얼굴을 감쌌다. 그러고는 입술을 겹쳤다.
“넘어가 줄게요. 내가 살아야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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