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도 녹록했던 적이 없던 삶에 숨을 내쉬는 정도만이 허용됐다고 생각했다.
“온아야. 오해하지 말고…… 내 얘기부터 들어봐.”
“무슨 오해?”
“너 후배가 고민 상담 좀 해달라고 해서 같이 있는 거야. 그러니까…….”
“외간 남자랑 키스하는 걸로 고민이 해결되나 보네. 내 후배 씨는.”
들어줄 가치가 없는 자기 변호였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온아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잔을 들어 그들의 낯짝에 술을 뿌려주었다.
“야! 서온아 너 미쳤어?”
“분위기가 달아오른 것 같아서 취기 오르라고 도와준 건데.”
우스웠다.
사랑을 나누었던 남자는 어디가고 눈앞에서 다른 여자나 걱정하고 있었다.
가만히 돌아서려다 부아가 치밀어 주변을 둘러보자, 흥미롭다는 듯 보고 있는 남자와 마주쳤다.
“계산은 제가 할 테니, 잔 좀 빌려도 될까요?”
“그렇게 해요.”
말끔하게 들어 올린 머리와 양복 차림이 정갈한 남자였다.
등받이에 기댄 채 웃고 있는 모습이 묘하게 고압적이었지만, 잘못한 건 없었기에 잔을 낚아 챈 온아는 겨우 몸을 닦아내던 그들의 수건마저 젖게 만들고는 남자에게 돌아왔다.
“감사합니다. 말씀드렸듯이 계산은 제가…….”
“제가 원하는 방식대로 계산해도 되겠습니까.”
이해가 안 되는 물음에 되물으려던 온아는, 침묵을 긍정이라 생각했는지 살며시 힘을 준 남자에게 이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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