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부터 해 볼까, 우리.”
도망가도 된다고 말하는 가민을 향해 아정은 짐짓 여유로운 척 웃어 보였다.
피할 수 없다면 몸이 적응하는 게 나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런 아정을 내려보는 가민의 눈동자가 서늘했다.
숨을 삼키기 힘들 정도로 두 사람을 감싼 공기가 팽팽해졌다.
“그래, 그럼.”
잠깐의 침묵을 깬 가민이 제 멱살을 쥐고 있던 아정의 손을 쭉 당겨 자신의 목덜미를 잡게 했다.
도망가라고 한 건, 나는 멈출 자신이 없으니 네가 이쯤에서 그만두라는 경고와도 같은 말이었다.
권아정은 그걸 무시했고.
“눈 감아.”
속삭이는 듯한 저음과 함께 가민이 몸을 기울였다.
***
서로가 원하는 조건을 내걸고 시작한 6개월간의 계약 연애.
16년 지기인 만큼 조금만 지나면 깔끔하게 마무리될 거라 예상했는데.
각자 맡은 역할에 너무 몰입했던 걸까.
아정은 가민의 행동이 점점 헷갈리기 시작했다.
과연 이 계약 관계는 우리에게 해가 될까, 득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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