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잊을 만큼 생각이 나면 그때 만나요, 우리.”
“어디에서요?”
“이 서점이 좋겠네요. 오늘처럼 눈이 오는 날, 내가 생각나면 이곳으로 와요. 나도 그렇게 할게요.”
“그래요, 그렇게 해요.”
“봄이 곧 올 거예요. 잘 지내요.”
시간이 흐르면 희미해지는 일들이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또렷해지는 일들이 있다.
어느 겨울, 지예가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별은 후자에 속했다.
지예의 사랑은 그해 겨울에 멈춰 서 있었다.
흐릿해지지도 않고, 잊히지도 않는 사랑은 긴 겨울밤을 덮는 애상 같아서, 늘 가슴 한구석이 서늘했다. 겨우내 내린 눈이 그 서늘한 그늘에 쌓인 채 1년 내내 녹지 않았다.
언제쯤이면 희미해질까.
언제쯤이면 아득해질까.
같은 생각을 곱씹으며 지나온 시간이 어느덧 5년이 넘었다.
잃어버려야만 알게 된다, 결코 잃을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지예와 현준에겐 서로에 대한 사랑이 그랬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결코 잊히지 않는 사랑으로 인해 겨울은 길기만 했다.
우연히 다시 재회한 그날,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던 봄이, 그제야 찾아왔다.
겨울 애상을 뒤로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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