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가자고, 우리.>
낯선 곳에서 낯선 이와 말 그대로 미쳤던 밤.
단 하룻밤의 일탈이자 비밀이라고, 은조는 여겼다.
그 남자를 다시 서울에서 만나기 전까진.
“하 비서, 어서 인사해야지. 서도진 지사장님이잖아.”
현성의 유일한 후계자, 서도진.
그 섹시하고 오만한 남자가 바로 그였다니.
이어 은조에게 찾아온 인사이동.
기획전략팀, 정확히는 서도진을 보좌하는 비서직이었다.
***
도진이 픽 웃으며 낮게 입을 열었다.
“잘 빠져나간단 말야.”
“이 역시,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그 빈정거림을 오히려 은조는 화사하게 웃어넘겼다.
그 모습에 도진의 눈이 날카롭게 번뜩였지만,
곧 은조의 옅은 눈동자를 깊숙이 들여다보았다.
위험스러울 만큼 도진의 눈동자가 짙어졌다.
이어진 나지막한 속삭임.
“그럼… 이것도 한번, 빠져나가 봐.”
도진이 고개를 숙였다.
가냘픈 뒷덜미를 한 손으로 감은 그의 눈빛이
욕망으로 번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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