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모른 척하지, 아까부터. 섭섭하게.”
특별할 줄 알았던 연애는 금세 빛을 잃었다.
그 밤, 도망치듯 짐을 챙겨 비행기를 탔을 때만 해도
시연은 결코 예상할 수 없었다.
그와 같은 회사의 본부장과 비서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그리고…
“그날 말이에요. 이시연 씨가 나 버리고 날랐던 그날.
왜 말도 없이 떠났던 겁니까.”
말도 안 되게 뻔뻔한 문제우 때문에 속이 뒤집히게 될 줄은.
여전히 시연은 사로잡혀 있었다.
그에게, 그로 인한 동요에, 그를 향한 원망에.
단 하루도 그 밤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뭐…? 우리가 무슨 사이였다고?
“키스하고, 잠까지 잤는데. 그게 연인이 아니면 뭡니까.”
“키스하고, 몸만 섞는 사이였겠죠?”
외면해야 했다.
다시는 속지 않도록 밀어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그 절박한 발버둥조차 단숨에 묶어 버렸다.
“이리 와요.”
여전한 오만함과 위태로움으로 가뿐히 우위를 점하며.
“오라고.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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