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을 셀 겁니다. 그 안에 나오는 것이 좋을 겁니다. 여러모로.”
한계에 다다른 어조가 사납게 으르렁대자 서윤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호텔 스위트룸 안 욕실에 스스로를 가둔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거렸다.
“하나.”
서윤의 사정을 알 리 없는 단호한 음성과 함께, 자비 없는 카운트가 시작됐다.
“둘.”
눈앞이 캄캄해지고, 정신이 아득하다.
서윤은 촉촉이 젖은 머리칼을 쓸어 내리다 이내 결심이 선 듯 결연한 얼굴을 하고 문 앞에 선다.
문 너머에 있는 사람을 감당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이는 제 경솔함의 결과이고, 제 실수의 책임이었으며, 뺨 한 대 값의 대가였다.
서윤은 떨리는 손으로 문 손잡이를 잡았다.
전 남자친구의 형이자.
“셋.”
마지막 카운트가 끝남과 동시에 문이 열렸다.
“드디어 나왔네.”
직장 상사인 한지혁과 밤을 보내기 위해서.
그것도 처음이 아닌 것처럼.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