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나리는 정월 [단행본]

꽃비 나리는 정월 완결

“네가 기억하는 2황자는 이미 죽었다.”
적통이나, 황태자가 되지 못한 사국(獅國)의 2황자 능휘.
모후의 처소에 불이 났던 그날 밤 이후.
그는 자신의 인생을 버렸다.
좋아했던 그림도, 평화로운 생활도,
살갗을 물들이는 첫사랑도.
그의 목표는 오롯이 혼자가 되기.
돌아가신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피바람 부는 황궁에서 살아남기.
철저한 계획하에 세워온 모든 것을 흔드는,
그 여인을 다시 만나기 전까진 말이다.
 
“소인은 전하께서 빛을 보면서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한 문장은 빈틈없던 능휘의 빙하를 녹이고 말았다.
너는 대체, 무엇을 믿고 그리 교만한 것일까.
아니면 네가, 기어이 내 세상을 구하러 온 빛일까.
***
“그럼 혼인 안 하고 어머니 아버지랑 평생 살지요, 뭐.”
  
화란은 들꽃처럼 온유한 소녀였다.
부친이 역적으로 몰려 멸문된 후,
성씨를 바꿀 수밖에 없었던 것뿐.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감과 죄악감.
그것은 온전히 그녀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언젠가 선친의 결백을 밝혀내리,
한 가지 목표를 위해 동생을 공부시켰다.
하지만 그 누가 알았을까.
  
“꽃은 빛을 받는 자리에서 길러져야 가장 반짝이는 법이니.”
  
십 년 전엔 삶의 신조를 내주었던 소년.
지금은 이 나라에서 가장 잔인하고 무정한 황자.
그와 거래하고, 화란이 직접 황궁에 들어가게 될 줄.
그것을 넘어, 그를 마음에 담게 될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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