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긋는, 선 넘는 그들의 일탈[단행본]

선 긋는, 선 넘는 그들의 일탈

“하! 그냥 하룻밤 일탈이었잖아요?”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말이 있잖습니까?”
딱 반걸음 앞에 멈춰선 윤이 지한을 지그시 내려다보며 싱긋 웃는다.
“그래서요?”
또 무슨 말을 하려나 싶어 살짝 미간을 구긴 지한이 반문했다.
“그 말대로 지한 씨는 나와 지난밤에 만리장성을 쌓았으니 이제 나를 책임져주셔야 하겠습니다.”
이건 또 뭔 신박한 개소리인가.
“하! 이봐요. 그냥 하룻밤 일탈이었잖아요. 책임져야 할 나이는 둘 다 이미 지난 걸로 아는데?”
“나는 아니라면요?”
“그건 댁 사정이고.”
“아니죠. 지난밤 분명 ‘이제부터 나랑만 해.’라고 했잖아요? 아주 선명하게 증거를 남겼고. 이렇게.”
그제야 드문드문 끊겼던 기억이 한꺼번에 쓰나미가 밀려오듯이 그녀를 덮쳐왔다.
‘헉! 음란 마귀가 씌었었나?’
한번 물면 절대 안 놓쳐 거의 미결 사건이 없는 서원지검의 ‘미친개’ 진지한 검사.
그러나 그 속은 할퀴어진 상처로 냉혹한 독기만을 품고 있다.
다정하고 따스한 마음의 소유자인 정신과 의사 도윤이 그녀의 마음을 허물고 치유해 줄 수 있는 사람일까.
진지한, 도윤의 은밀한 계략에 과연 빠져들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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