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흥의 순간 [선공개]

악흥의 순간 완결

‘아무 생각 하지 마. 시키는 대로, 하라는 대로, 그저 숨죽여 살아.’
저택의 총괄 실장, 서화음. 설화관에 있는 이들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지내 온 지 4년.
이건 가진 것 하나 없는 제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생존 전략이자 거친 세상을 버틸 자기 최면이었다.
그래서 생각하지 않았다. 시키는 대로, 하라는 대로, 그저 숨죽여 살았다.
차악이라고 생각했던 선택에 도리어 발목을 잡혀 버리기 전까지는.
“안 궁금해요?”
“…….”
“내가 왜 이렇게 서 실장 몸에 집착하는지, 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서 실장하고 침대에서 뒹굴고 싶어 하는지, 왜 안 묻느냐고.”
휘몰아치는 겨울바람처럼, 차갑고 쓸쓸하지만 온 순간을 절정으로 꾸미는 남자를.
머리를 찡하게 울리는 강렬함이, 매 순간 절정으로 치닫게 하는 쾌락적인 음률이, 일방적이면서 폭력적인 악상을 닮은 이 남자를… 사랑하지 않을 자신 있었다.
그런데 유난히 추운 올겨울, 어울리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가 아쉬웠던 걸까.
“떨려요. 부회장님을 볼 때마다… 설레요.”
겨울 새벽의 찬 이슬을 맞으며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을 사랑하게 돼 버렸고,
“내가 결혼한 후에도 서 실장과 내 관계에 변함은 없어요.”
그 사랑은 길을 잃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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