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감히 벗어나 봐 [외전 선공개]

어디 감히 벗어나 봐

“애를 배더니 징징거림이 늘었네.”
네 달 만에 만난 전 남편이 비아냥 섞인 웃음을 흘리며 뇌까렸다. 모욕을 내던진 잘난 얼굴에 서서히 번지는 비웃음에 속이 욱신거렸다.
어떻게 알고 왔을까.
그가 그토록 바라는 이혼서류를 남겨두고 집을 떠난 지 어느덧 네 달째에 접어들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당장 나가요.”
“아니… 좀 예민해졌나? 오랜만에 보는 남편인데 좀 반기는 척이라도 하지 그래.”
늘씬하게 잘빠진 다리가 꼬아지고, 그 위에 남자의 긴 손가락의 유려한 손이 겹쳐졌다.
나 좀 봐 달라고 빌 때마저 감흥 없는 눈으로 외면하던 남자는 뭐가 그리 우스운지 반듯한 입매를 느슨하게 풀고 웃었다.
“내가 웃겨요?”
“이런, 미안. 기분 나빴어? 내가 해코지라도 할까 털을 바짝 세운 게 좀 우스워서. 꼭 새끼 품은 고양이 같달까.”
고아하게 접힌 남자의 눈매가 일순간 매섭게 좁혀졌다.
“아니지. 빌어먹게 웃긴 상황이잖아. 남편이 출장 간 사이에 딴 놈이랑 붙어먹고 잠적해 버린 거. 기껏 찾아냈더니 딴 새끼 애를 밴 아내를 마주한 이 상황이 웃기지 않을 리가.”
지독하게도 냉랭한 음성이 떨어졌다. 상대의 심장을 구석구석 난도질하는 칼처럼 벼려진 음성이 그녀를 비난하고 있었다.
우진의 서늘한 눈길이 예원의 도톰한 배를 힐끗 스쳤다.
“그 배. 한 3개월쯤 되려나.”
온기 한 점 없는 시선에 전신이 바짝 굳고, 긴장감에 마른침이 꿀꺽 넘어갔다. 절대 들켜선 안 된다는 마음에 예원은 표정을 단단히 했다.
“내 애를 어떻게 하려고요.” 
“어쩌긴 내가 키워야지. 당신 찾아오는 덤이라고 생각하면 나름 수지맞는 장사라.”
치마를 콱 움켜쥔 손끝에서 핏기가 싹 빠져나갔다. 내리 깐 눈꺼풀 사이로 짐승 같은 검은 눈이 번뜩였다.
“왜. 또 도망가려고?”
“못 할 것 같아요?”
그 즉시 돌려준 대답에 서우진이 가소롭다는 듯이 냉소를 지어 보였다. 우아하게 늘어난 입매와 달리, 북풍의 것처럼 냉랭한 눈빛이 피부를 따끔하게 찔렀다.
“어디 감히 벗어나 봐. 열렬히 잡아 줄 테니.”
나긋하게 권하는 음성과 달리, 황태자라는 별명에 걸맞은 우아한 미소를 띤 남자의 눈은 살벌한 빛을 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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