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헤집어 주세요. 최대한 세게, 최대한 많이…….”
“쑤셔 박으라고?”
“네. 찢어져도 괜, 괜찮아요.”
“…….”
“제 느낌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그가 주는 감각이 싫지 않았지만,
유림에게 이 관계의 목적은 해갈이 아닌, 일종의 도피이자 자해였다.
그저 남자가 제 몸을 망가뜨려 주기를. 그리하여 버림받을 수 있기를 원했다.
“박유림 씨.”
“네?”
“내가 생긴 거랑 좀 달라서 그런 취향이 못 됩니다. 그리고.”
남자가 유림의 헝클어진 머리칼을 하나하나 쓸어 올리며 귀에 가볍게 꽂아 주었다.
봄볕을 닮은 따스한 몸짓에 저절로 눈이 감겼다.
“당신 가치, 당신 혀끝에서 나와. 다신 그딴 말 뱉지 마. 누구도 아닌 네 몸이잖아.”
“…….”
“그러니까 울더라도, 좋아 미쳐서 울어.”
내가 그렇게 만들어 줄게.
덧붙인 남자의 말은 겹쳐진 입술을 타고 유림에게 삼켜졌다.
***
더러운 피를 지우려 강박증적으로 완벽하게 살아온 MJ그룹의 실세, 서도환.
그런 그를 끌어내리려 적군이 보내온 독 사과 비서, 박유림.
유림아, 다 됐고.
너는 어여쁘게 누워만 있어.
저승길의 개처럼 짖는 건 내가 다 할게.
치명적인 남자의 우아한 구원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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