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님보다 권세가 크다는 대부호 현사호 대감 댁에
발로 차면 부서질 듯한 낡은 가마를 탄 여인이 당도한다.
사는 게 반쯤은 장난인 대감 댁 도련님 태윤의 눈에는
장난이라고는 통하지 않는 빡빡한 그 여인이 자꾸만 거슬린다.
“마님의 친척이십니다.”
“친척?”
하지만 아무리 권세가의 한량 도령이라도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는 법.
“안채의 당고모의 둘째 아들의 사돈의 질녀의 시당숙의 양아들의, 부인?”
남의 부인,
그것도 그의 집에서 빌어먹던, 친척을 가장한 버러지 같은 자의 부인이면
자존심 때문에라도 탐하면 안 되는 것 아니겠는가.
-책 속에서-
새가 고 서방의 품을 벗어나 보겠다고 푸드덕거렸다. 날갯짓에 새털이 날리고 먼지가 튀었지만, 두 손으로 새를 붙든 고 서방은 그저 신이 났다.
“그 새.”
“저를 주시면 안 되겠는지요?”
여인의 말간 두 눈이 빤히 그의 허락을 기다렸다.
이상도 하다. 나는 무엇에 이리 심사가 꼬이는 걸까.
태윤은 반걸음을 틀어 여인을 정면으로 보고 섰다. 담장을 사이에 두고 처음으로 눈길이 휘지 않고 맞닿았다.
그러니까, 여각에서 그런 눈으로 날 본 주제에.
옅게 주근깨가 박힌 뺨이 붉었다. 빗물이 비껴가던 입술은 매끄러웠다.
‘조가 버러지의 부인, 윤씨.’
태윤이 긴 눈매를 살포시 접었다.
이깟 새. 청을 들어주면 그만.
나붓한 입술이 툭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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