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혁 씨한테도 지금이 오후인 것 맞지?”
“내가 기다린 오후, 맞아.”
“기다렸어?”
“내색은 못했지만 기다렸지. 아진 씨는 안 그랬어?”
“그걸 안 기다리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호혁 씨 말처럼 내색하지 못한 것뿐이지.”
7년 전, 아진은 결혼한 지 여덟 달 만에 이혼을 했다.
살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덜 불행하기 위해 한 이혼이었다.
지옥 같은 시간을 지나오는 동안 사람들은 걱정하듯, 염려하듯 툭툭 내뱉는다,
이제 그만 잊고, 마땅한 사람 만나 새 출발 하라고.
마땅한 사람…….
과연 그녀에게 마땅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기들에게 짙은 모멸감을 느낀 아진은
그녀와 ‘같은 처지’라는 이모의 말에 욱하듯 선 자리를 허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홧김에 나간 선 자리에서 그녀는
마치 또 다른 자아를 만난 것처럼, 숨소리마저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호혁을 통해 산산이 부서진 사람에 대한 기대와 내일에 대한 희망을 꿈꾸게 되었다.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오후를
비로소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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