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기담

화양기담

"왕태녀 예신이 오늘 사고를 당했다. 그대의 불길한 혀 때문에 부정을 탄 탓이다!"
강한 신력을 타고나 불운까지 예고해내, 축복이 아니라 저주받은 아이라 불리는 신녀 시호.
싸늘한 그믐날 밤, 역모를 예언했다는 누명을 쓰고 신당에 외로이 유폐된다.
그런 그녀를 만나러 오는 사람은 오직 살요의 능력을 지닌 척가의 외아들 척도경뿐.
"신녀님, 저를 보십시오. 저만 보십시오. 그럼 다 괜찮을 겁니다."
그러나 그의 삐뚤어진 애정과 집착은 점점 시호의 목을 조여온다.
‘그래, 내가 나약해서 여기까지밖에 명줄을 못 끌고 온 거겠지. 서방정토는 따뜻할까.’
요괴의 함정에 빠져 드디어 외롭고 괴로운 삶을 끝낸다 생각한 순간,
"저주에 걸려 눈을 가렸다는 신녀로구나."
시호를 구해준 건 꼬리 아홉 달린 구미호이자 산신 여명이었다.
'울음이 많은 아이는 질색인데.'
자비롭지 않은 산신 여명은 인간인 시호를 멀리하려 하나, 뜻밖에도 아주 오래전 사랑했던 존재와 인연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살아야겠습니다. 저는 살아가야겠습니다.”
“네가 점점 더 사랑스러워져서 큰일이다. 나도 그 끝을 모르겠구나.”
서로에게 구원이 되어가는 여명과 시호. 그러나 마음이 깊어져 갈수록 잔혹한 진실이 드러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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