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기다려왔던 순간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이하루. 네 모든 걸음, 내게로 걸어오는 한 순간도 놓치기 싫어서 집요하게 바라봤다.
그 순간, 내 안에서 지독했던 그리움이 처절한 원망으로 변해가는 것이 느껴졌다.
9년 전, 네가 날 떠나자마자 찾아온 여름. 햇살이 밝게 비쳐올수록 바닥을 모르고 꺼져 내려가는 듯했던 날들이었다.
늦봄에서 여름으로 이어지는 찬란한 계절이 그렇게 내 안에서 꺼져갔다.
그러니까 이 기억과 이별하기 좋은 시기였다.
그래서 널 뜨겁게 사랑했던 그 시절의 나를 깔끔하게 배신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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