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친구가 결혼한다. 내 여동생과.
“미안해. 하지만 사람 마음이 변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잖아.”
참으려 했었다. 그가 모진 말로 협박하기 전까지는.
“너, 내가 경고했지. 나리에게 해코지하지 말라고!”
“내가 복수를 위해 동생이나 괴롭힐 사람으로 보여요?”
“그래. 넌 나리와 달리 독한 애니까.”
그래서 그의 말대로 정말 독해지기로 했다.
그가 그토록 견제하던 남자와 거짓 관계를 시작해서라도.
“말해 봐, 채여민. 내가 왜 너와 결혼해야 하는지.”
전 남자 친구의 경쟁자, 윤환.
태주 그룹의 유일한 후계자이자 매력적이고도 위험한 남자.
자신은 그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사랑해 달라며 귀찮게 하지 않는 쉬운 여자.
애정 달라 떼쓰지 않을 허울뿐인 부인.
처음엔 그렇게 될 자신이 있었다.
“여민아. 날 경계하려면 확실히 했어야지. 지금도 이렇게 빈틈투성이잖아.”
예상하지 못한 그의 달콤함에 녹아버리기 전까지는.
***
“그래, 채여민 정도면 적당하지.”
커다란 손이 여민의 목덜미를 스쳐 천천히 파고들었다.
“집안 좋고, 학벌 괜찮고, 얼굴도 예쁜데다….”
긴장한 여민이 가쁜 숨을 삼켰을 때, 그는 느슨히 웃었다.
“겁먹은 눈은 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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