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이 된 동생, 그 곁을 묵묵히 지키는 한 여자.
진욱은 자꾸만 그 여자가 눈에 밟혔다.
신경이 쓰였다. 몸에 박힌 가시처럼, 따가웠다.
누군가 목덜미를 꽉 붙잡은 채 한은재만 보라고 명령이라도 내린 것처럼,
그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것처럼, 진욱은 꼼짝없이 계속 은재를 보았다.
그녀의 희고 작은 얼굴에 미소가 잔잔하게 번져가는 것을,
울 듯 말 듯 미간이 조여 드는 것을,
그리고- 갑자기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은재와 진욱의 눈이 마주쳤다.
물속, 혹은 진공 속에서 마주친 듯 주변의 모든 사물과 소리가 지워졌다.
소리도 향기도 형태도 없는 시선만이 또렷이, 그리고 오롯이 서로를 향했다.
“나도 알아. 내가 쓰레기라는 거.”
“...”
“가차 없이 짓밟히겠지. 모두가 손가락질할 거고, 악취도 지독할 거야. 그래도.”
진욱의 까슬한 손가락이 은재의 창백한 입술을 스윽, 부드럽게 쓸었다.
“그 정도 값은 치러야지. 당신을 가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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