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 [단행본]

연분 완결

“공주께선 사내를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어느새 화륜이 가까이 다가왔다.
앉아 있는 이소의 턱 끝이 그를 보느라 들렸다.
여전히 몽롱한 눈이었다.
주홍 불빛에 반사돼서 일렁여 보이기도 했다.
“내가 그대를 어떤 눈으로 보나요.”
희미했던 미소가 짙어졌다.
눈을 나긋하게 접어 화륜을 보는 얼굴이 요요해 사람을 홀리는 요괴 같기도 했다.
가까이에서 마주하자 더욱 그런 느낌이 강해졌다.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무리 포로로 잡힌 신세라곤 하나 전장을 거침없이 누비던 야족의 장군인 저를 보고도 지나치게 겁이 없다.
햇빛이라곤 본 적 없는 것 같은 창백하게 질린 피부, 그리고 입술조차 흰 눈에 한 방울 꽃물을 떨어뜨린 것처럼 희미하게 붉다.
커다란 눈은 졸린 듯이 나른하지만, 상대를 분명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누구라도 눈이 갈 만큼 대단한 미색인 것과 동시에 아슬아슬해 보인다.
“글쎄. 계집이 이런 얼굴을 할 땐 대부분 남자와 뒹굴고 싶어 할 때라.”
화륜의 말에 이소가 한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가볍게 웃었다.
“그렇게 하고 싶다면요?”
담백하기 이를 데 없는 얼굴로 그녀가 대담한 말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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