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편이 되기 전에

전남편이 되기 전에

2년간의 계약 결혼 끝에, 취한 그와 잤다.
그와 동시에, 그에게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제는 떠나야 할 때였다.
“선배 앞에 서면 나는 선배한테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듯이 나를 내어주게 돼.”
희서는 교언 앞에서만 감정에 빠져 이성을 잃고 휩쓸리는 사람이 되었다.
그녀는 그와 함께할 수 있다면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선배 곁에만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전부 다 받아주고 싶어져.”
희서는 차교언의 옆자리만 지킬 수 있다면 전부 감수하고 싶어졌다.
교언이 다른 사람을 만나서 호텔에 갔다는 윤조의 얘기나 시어머니가 해오는 대리모 얘기나.
차교언의 옆자리만 꿰찰 수 있다면 뭐든 받아주고 싶어졌다.
“선배가 아이를 지우고 바꿔버리라는 말을 하든, 그 어떤 말을 하든 감수하고 싶어져.”
“희서야.”
“내가 나를 소중하게 대할 수가 없어져.”
희서는 뿌리까지 말라비틀어진 척박한 땅에 난 풀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녀는 애정 한 줄기 내리지 않는 터전에서 너무도 오래 살았다.
희서는 숨을 힘겹게 들이켰다가 뱉으며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 아이도 같은 취급을 감수하게 하고 싶지 않아.”
“같은 취급이라는 게 무슨 뜻이야.”
“선배, 나는 내 아이만큼은 함부로 대해지길 바라지 않아.”
희서는 바람난 엄마가 떠나가 버린 탓에 새 가정에서 사느라 눈치를 보는 유년기를 겪어보았다.
그래서 그녀는 나중에 아이를 낳게 되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줄 거라고 다짐하곤 했다.
그런데, 그건 차교언의 곁에서는 불가능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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