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페리알 [BL][단행본]

임페리알

“깃발을 올려라, 출전이다.”
폭풍이 몰아치는 시기, 여신의 가호를 받는 왕국 타말라그는 제국과 한창 전쟁 중이다.
여신의 현신이자 타말라그의 수호자인 임페리알들은 최전선에 투입된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전쟁터에서 죽음으로써 임페리알로 각성한 아유이르자르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여왕의 무기이자 ‘죽음’ 그 자체이기에.
새카만 어둠을 가르고 번쩍이는 번개의 빛, 우레의 울부짖음, 요란한 빗소리, 비행선의 심장 소리.
한참 동안 눈을 감고 있으니 더없이 선명하던 것들이 조금씩 희미해져 간다. 언젠가 저 빗줄기에 씻겨 내려갈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아유이르자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그때, 그 상념을 깨듯이 새의 울음소리처럼 아름다운 목소리가 물었다.
첫 번째 임페리알이자 타말라그 왕국의 총사령관 이리케디스.
1년 만에 돌아온 그에게서는 낯선 바람이 느껴졌다.
그가 잡았던 손의 온기, 그의 숨결이 얇은 살갗을 넘어 혈관을 타고 심장까지 와 닿는 것만 같다. 마치 독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안녕, 아유이르자르.”
“안녕, 이리케디스…….”
죽음조차 침범하지 못했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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