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래, 당신.”주혜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남편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낯이 사납게 굳어졌다. 아내의 우는 얼굴을 본 건 결혼식 날이 전부일 테니, 놀라는 게 당연했다.“무슨 일 있었어?”한층 더 낮은 목소리가 질문을 건넸다. 진주혜가 그토록 사랑했던, 서대현의 목소리가.“주혜야.”저 무심한 목소리 어딘가에 애정이 숨겨져 있을 거라고 행복한 착각 속에서 살았던 시간이 부끄러웠다.대현이 그의 입으로 직접 내연녀의 존재를 인정한다면, 이 순간은 제게 영영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버릴 터였다. 그가 처음부터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확인받는 짓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대현 씨.”그렇다면, 차라리 그럴 바에야…….“우리, 이혼해요.”주혜는 목격했던 진실 앞에서 기꺼이 두 눈을 감기로 했다.이보다 더한 비참함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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