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밝은 달밤에 밤늦도록 놀다가─ 집에 들어와 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로구나─ 둘은 내 것이지만 둘은 누구의 것인고?신라 시대의 어느 대인배가 불렀다던 노래가 절로 떠오르는 상황.그런데 두 다리는 정말 내 것인 상황.‘아니, 배 위에 올라온 이 무거운 다리는 누구 건데?’고개를 돌려 보니 제게 다리를 얹은 채 누워 있는 거구의 남성은마치 미국 위스키 광고에나 등장할 법한 조각 같은 외모의 서양인.‘일단 수중에 있는 돈은 만 원뿐인데……. 이거라도 일단 놓고 가자.’외국계 주류회사 에이스 영업사원 김수인, 인생 첫 원나잇 아침이었다.***20대 땐 애주가, 30대인 지금은 술 상무 노릇할 때나 달리는 만년 대리.수인은 매년 지붕을 뚫는 성과를 내는 맥주 영업의 프로였으나.‘드디어, 팀장 승진! 근데, 이 「W」 영업팀은 뭐야? 설마……?!’주력 영업 분야와 전혀 다른, 그것도 불황을 면치 못하고 있는 위스키 영업팀에 발령이 난다.게다가 자신의 직속 상사로 외국물 먹은, 서른 줄의 젊은 임원이 본사에서 파견된단다.‘나도 이제야 팀장 달았는데, 어디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낙하산이…….’수인의 분노와 상관없이 시간은 흘러, 어느덧 외국물 먹은 새파란 낙하산 임원의 출근일.피 같은 영업 영역을 기존 팀에 넘긴 뒤 직속 상사와 면담만을 앞둔 그녀는 결심한다.‘그래, 그놈 면상이라도 좀 보고 퇴사를 하느냐 마느냐 결정하자!’그러나 그녀가 당당히 이사실 문을 열고 마주한 것은─.“…….”팔뚝까지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차림이 그림처럼 잘 어울리는 조각 같은 외모의 서양인,코끝에 걸친 안경 너머로 자신의 평가 자료를 팔랑팔랑 넘기고 있는 원나잇남이었다.“그…… Hello? Nice to meet you?”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허접한 영어 인사에 그가 말없이 수인을 바라보다 입을 뗐다.“한국말 할 줄 압니다. 저도 만나서 반갑습니다만.”정말이지, 여러모로 한번 보고서는 다시 잊기 어려운 얼굴이었다.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