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할 것도 없이 한 사람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내 룩북 스케치를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니까.도도하게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느낌을 버럭버럭 요구하며 소리치고 있는 저 남자. 폐허와 같았던 빈 체육관 터 위에 자기 소유의 패션 회사 건물을 세우고 딱 2년 만에 ‘하면 된다’는 자기만의 성공 방식을 검증해 낸 사람. 우리 회사 대표이자 수석 디자이너 서지태. 훤칠한 키와 화려한 이목구비를 소유한 그. 동시에, 싸늘하다 못해 냉랭하고 건방진 성격을 지닌 그. 서지태는 공사를 구분할 것 없이 일관되게 자기중심적이고, 또 공격적이다. 그러나 내놓는 디자인이나 2년 동안 회사를 키워낸 비즈니스 감각을 보면 가끔은 또 ‘그래… 싹수가 없을 만도 하지’ 싶을 때가 있다.잠자는 게스트룸의 이방인.불편한 게스트 때문에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신경이 날카로워진 서지태는 그녀 옆에 나란히 누워 잠자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잠든 척하며 몰입한 연기에서 그녀가 깨어날 때, 몰래 빠져나가는 순간을 목격하여 놀래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잠에도 전염이 되는지, 오랜 밤샘으로 피곤해서인지 오히려 그녀 옆에서 그도 잠들어 버렸다. 결국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깬 것은 서지태였다.‘이 여자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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