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을 질끈 감고 입고 있는 원피스의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지.”어딘가 짓씹는 음성에도 은채는 말없이 단추를 풀어 내려갔다. 목에서 시작된 단추가 쇄골을 지나 가슴께에 다다랐을 무렵, 팔목이 잡혔다. 지금껏 눈을 감았던 은채의 눈이 빛을 보기 위해 뜬 순간, 어딘가 뒤틀린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물었는데.”“그거야 봉사하려고…….”“봉사?”“네. 그러려고 부르신 거잖아요.”어딘가 뒤틀린 표정을 짓고 있던 남자의 표정이 일순간 멍해졌다. 그 사이 은채는 열심히 손을 놀리고 있었다. 다시 정신을 차린 남자가 손을 뻗었지만, 은채의 원피스는 이미 다 풀어져 그녀의 몸에 걸쳐져 있었다.“하. 미치겠네.”어딘가 울리는 낮은 소리였다. 남자는 제 앞에서 수치스러워하는 표정의 은채를 보며 이마를 짚었다.“나는 그러려고 당신을 부른…….”그녀의 손이 남자의 넥타이를 잡았고, 그녀의 원피스는 이제 어깨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었다. 남자를 말을 잇지 못하고 이마를 짚었다. 그는 은채를 향해 물었다. “내 이름은 알아요?”“도백우.”“맞아. 하아, 내가 이러려고 당신을 여기로…….”백우는 끝말을 삼켰다. 제 넥타이를 쥐고 있는 손이 덜덜 떨리면서도 제게 다가오려고 애쓰는 여자의 모습에 남자는 혀를 찼다. 오해가 있는 것 같지만 백우는 앞에 차려진 밥상을 걷어찰 정도로 머저리는 아니었다.“무슨 착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해봐요. 네가 할 수 있는 거, 뭐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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