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여자를 사랑해 신분 상승을 이룬 남자.그러나 끝내 그 사랑 때문에 파멸에 이르는 남자.나는 그가 사랑한 여자의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그가 예정처럼 내 친구에게 청혼하기 위해 등장했을 때.내게 남은 것은 1년 뿐이었다.그래서 나는 기꺼이 그의 파멸과, 내게 남은 시간을 맞바꾸기로 했다.“나와 결혼해요, 딜런 피츠로이.”지극히 충동적인 결심을 따라, 지극히 낭만적인 방법으로.* * *“당신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지? 차라리 원하는 게 있다면 말해.”딜런은 자신이 앉은 이 테이블이 제 쪽으로 기울어져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그는 가진 것이 많았고, 그럴수록 협상은 유리해지기 마련이니까.“나는 당신이 원하는 걸 뭐든, 만족할 만큼 줄 수 있어.”“하지만 난 당신에게 결혼 외에 바라는 게 없는걸요.”그러나 딜런이 한 가지 알지 못한 것이 있었다.가진 것이 많은 자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상대는, 잃을 게 없는 상대라는 사실.“아, 한 가지가 더 있네요. 당신이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돌겠군. 대체 이유가 뭐지?”이블린은 잠시 고민했다. 그녀는 언젠가 이 질문을 받는 순간이 올 것을 직감했을 때부터, 가장 그럴싸한 대답을 생각해 두었었다.하지만 막상 입에 올리려니 조금 주저가 되고 마는 것이다.왜냐하면 그 대답이란.“내가 당신을 사랑하니까요.”제가 듣기에도 구차한 거짓말이었으니까.일러스트 By 표격(@PYO_GYEOK_)타이틀 디자인 By 도씨(@US_DO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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