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늪

상실의 늪 완결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사라졌다.

가출인지 사고인지 꼬리조차 잡히지 않는 상황.
대정그룹 후계자로서 안정적인 쇼윈도 가정생활을 보여야 하는 건욱에게
‘아내의 의무’를 다할 그녀를 찾아 데려오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이런 곳에서 보다니, 뜻밖이야.”
“누구……세요?”
“당신 남편. 잊어버렸어? 이본희, 당신 이름이야.”

예상치 못한 재회.
연고도 없는 섬에서 찾아낸 아내는 완전히 기억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대한대학병원의 VIP병동 담당의이자, 대정그룹 후계자의 아내.
냉담할 정도로 서로의 관계에 초연했음에도 침대에서만큼은 뜨거웠던 기억조차도.
하지만 기억을 잃은 아내는 이제와 그의 일상을 완전히 전복시켜 버린다.
단 한 번 보여주지 않은 꾸밈없는 생기와 사랑스러운 당돌함으로.

“기억에 없겠지만 우린 수도 없이 관계한 사이야. 합법적인 부부로.”
“내가 기억 못 하는 우리 관계가 그렇게까지 뜨겁지 않았을 거라는 게, 막연히 느껴져요. 결혼하고 난 뒤 서로 마음이 변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사랑했기 때문에 결혼한 거 아니었어요?”

순간 강한 둔기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녀에게서 이런 말을 들으리라고는 단 한 번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 도무지 지금 이런 상황에서 이 여자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사랑, 이라니!
기억을 되찾았을 때 지금 순간을 떠올리며 이 여자는 어떤 얼굴을 할지 궁금해졌다.

“몸은 늘, 다른 말을 하곤 하지.”

갈라진 목소리가 위험하게 들린다고 느낀 순간 거칠게 입술이 삼켜졌다.

“늦었어. 이젠 못 멈춰.”

불안할 정도로 완벽한 교감을 느끼며 생각했다.
두 사람의 첫 만남도, 결혼에 이르는 과정도, 그 후 많은 선택과 실수와 결과.
차라리 그 모든 것을 이 여자가 기억해내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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