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으로 인한 뇌 손상, 그리고 기억상실.
그렇게 나는 나를 잃었다.
하지만 내겐 남편이 있단다.
“당신이 나를 죽인다고 해도 기꺼이 죽을 만큼 당신을 사랑해요.”
내가 원한다면 제 목숨을 기꺼이 바치고.
“내가 그자를 죽여 주길 바라나요? 당신이 원한다면 난 그럴 수 있어요.”
내가 원한다면 남의 목숨도 기꺼이 바치는 남편이지만.
“나 기억을 되찾고 싶어요.”
“잊어요. 나도, 당신도, 모두.”
기억만은 줄 수 없단다.
“아무것도 모르는 게 약인 법이니까.”
내 과거에 어떤 무서운 진실이 도사리고 있기에.
그리고 끝내 진실을 마주했을 때.
“이 사기꾼, 날 속였어!”
나는 내 남편을 죽이고 싶어졌다.
일러스트: N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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