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의 사정

쓰레기의 사정 완결

감히, 강탈당한 나의 첫사랑을 되돌려 받아야겠다고 생각한 것뿐이다.
단지, 그 뿐.
하지만 그녀에겐 고작해야 외로움을 달래 줄 어린애일 뿐이었다.

“나 외로운가 봐요.”

다시 냄비를 인덕션에 올려 레벨을 올리자, 미미한 진동음이 두 사람의 침묵 사이사이 스며든다.
답지않게 멍하니 그녀를 보던 이재헌이 일어났다.

“그래서 나더러 샤워하고 가라고 꼬셨구나.”

라면 두개를 꺼낸 그녀의 미간이 볼썽사납게 구겨진다.

“내가요?”
“나 어떤 놈인지 알잖아요.”
“그래서요?”
“겉과 속이 다른 놈인 거 알면서 왜 잘해 줘요? 혹시, 그날…. 봤어요?”

이재헌의 목소리와 눈빛이 바뀌었다. 다가온 그가 양팔 사이에 그녀를 가둔다. 등을 보이고 있던 은교의 몸이 굳으며 목덜미에 오싹한 소름이 돋아났다.

“선배, 좋아해요. 첫눈에 반했어.”

나른한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앉는다. 그것도 짓궂게 비틀린,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꾸며진 음성이었다.

“나랑 소개팅했으면, 우리 이미 잤겠죠.”

일러스트: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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