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누구처럼 몸 따로 마음 따로 안 돼.”코끝이 빨갛게 물든 하린을 세워두고, 정후가 그녀에게 경고하듯 일렀다.“넌 그저 내가 즐길 거리 정도밖에 안 되는지 몰라도, 난 아니거든.”피할수록 집요하게 좇는 정후의 시선에 갇힌 기분이었다.“혹시 공과 사의 분리가 힘드시면 이 관계는 정리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철저히 비밀에 부친 파트너 관계라고 해도 세상에 완전한 비밀은 없는 법이다.“네가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이 관계를 정리하고 말고는 내가 결정해.”잊고 있었다.갑과 을이 명확한 관계였던 것을.“피차 합의 본 사이에 내숭 떨 필요 없지 않나. 그 예쁜 소릴 왜 숨겨.”하린이 아랫입술이 하얘지도록 깨물어 가며 참은 소리.그 소릴 두고 예쁘다는 정후의 의중을 헤아릴 틈도 없이, 그가 몸을 겹쳐 왔다.정후와의 잠자리는 황홀하다는 표현만으로 부족할 만큼 좋았다.그 불건전한 관계 뒤에 마주하게 되는 건 지독히도 시린 현실이었다.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