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악스러운 손짓이 은효의 가슴 끝을 스쳤다.무언가가 툭! 떨어져 나가는 느낌에 은효의 몸이 움찔, 떨렸다.“이은효. 진짜 이름이 이은효였군. 그래서 내가 못 찾았던 거고.”그가 떼어낸 것은 은효가 간호사복에 달고 있던 명찰이었다. ‘이게 무슨 말이지? 나를 알고 있다고?’놀란 은효는 그제야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올렸다. “흡!”남자와 시선이 얽힌 순간, 질겁한 심장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한겨울밤의 모닥불 같은 아련한 체향.조각상 같은 이목구비에 생(生)날 것의 오만함을 두른 이 남자는…아무리 다시 봐도 아들, 로운의 생물학적 생부였다…!‘마, 말도 안 돼, 어떻게? 하필 여기서!’그가 명찰에 각인된 그녀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린다. 등 뒤로 오소소 소름이 일었다.그의 손에 들어간 건 그저 명찰일 뿐인데도, 거스를 수 없는 강물의 흐름에 휘말린 것만 같다. 그녀의 눈동자가 떨릴수록 남자의 눈빛은 흑요석처럼 검게 빛났다.묘한 침묵을 음미하던 그가 붉은 입술을 떼어냈다. “...왜 이렇게 놀라고 그럽니까. 누가 보면 저승사자라도 만난 줄 알겠네.” 서늘하게 일갈하는 목소리는 3년 전보다 훨씬 더 압도적이었다.[본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재편집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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