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윤진윤진은 최대한 그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고등학교 3학년 시절부터 대학교 신입생 시절까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 함께한 그 얼굴.악연이라고 하기엔 악의가 없었지만, 굳이 말하자면 라이벌 의식이 좀 있었달까?도진은 언제나 선한 얼굴로 여유 있는 모습만을 보여주었으니까.덕분에 원치 않게 그 얼굴이 눈앞에 그려질 때면, 윤진은 원망 비슷한 감정으로 시작해 자존심이 상했다.그러니 도진과는 당연히 두 번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적어도 이런 식으로, 같은 회사에서 같은 직급으로는.이도진마음이 온통 한곳에 쏠려 집중하자고 자신을 타이르느라 진이 다 빠졌다.조금만 뛰어가면 금방 가닿을 곳에 그녀가 있었으니까.처음 본 그 날부터 어린 애답지 않은 달관한 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눈.그런데도 맑게 빛나는 저 두 눈을 가까이서 보고만 싶었다.다시 만난 그녀는 당황과 불쾌함 사이 어딘가 형식적인 미소를 짓고 있지만 실망하지 않았다.분명하게 느꼈다. 윤진의 그 깊은 두 눈 속 미세하지만 분명하게 감지되는 떨림을.*무슨 소리를 들은 것인지 이내 윤진의 눈빛이 건조해졌다.그마저도 너무 매력적으로 보였다면 미친 생각일까.도진은 그저 좋았다.윤진의 시선이 자신에게만 향해 있는 순간이.“너 왜 나한테 잘해줘?”예상치 못한 윤진의 질문에 도진은 잠시 멍해졌다. 그러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이렇게 대답했다.“너를 좋아하니까.”도진의 대답에 윤진이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더니 말했다.“그럼 따라와.”술도 잔뜩 취했을 텐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윤진은 거칠게 도진을 집안으로 끌어들였다.<[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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