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감옥에는 좀비가 산다.]
마을에는 지하 감옥도 없고 좀비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콧방귀를 뀌던 맹랑한 아이 제카니(13세, 무직).
그러나 동네 폐건물을 발견하니 그 루머가 문득 떠오른다.
무너진 콘크리트 벽돌 사이로 보이는 철근이
마침 감옥의 창살을 연상시키는 것 같기도….
“안녕.”
루머가 진짜라니!
그러나 갇혀 있던 것은 좀비가 아닌 인간이었다.
자신을 휘경이라고 소개하는 남자에게 호기심이 든 제카니는
이것저것 물어보다가도 문득 경계심이 들어 한 걸음 물러난다.
“……그럼, 안녕히 잘 갇혀 계세요.”
“그래. 잘 갇혀 있을게.”
* * *
“안녕, 제카니.”
“……뭐예요?”
“꽃반지.”
탄성 있게 휘어진 줄기로 만들어진 꽃반지에는 작은 꽃과 이파리가 오밀조밀 매달려 있었다.
여러 색의 꽃으로 만든 반지는 아담하면서 쌓인 눈처럼 소복하니 피어 있었다.
“이건 무슨 꽃이에요?”
“토끼풀.”
제카니는 꽃반지를 손가락에 한 번씩 끼워 보았다.
엄지엔 너무 작았지만 검지나 약지에는 제자리인 것처럼 쏘옥 들어갔다.
“……이번엔 왜요?”
“우리 저번에 반지로 화해했잖아. 이번에도 화해하자.”
저번에 우린 싸운 게 맞았나 보다. 약간의 언쟁이라고 해야 했나.
그러면 이번에도 싸운 걸까. 내가 혼자 민망해서 자리를 피한 것 같았는데.
……내가 토라져도, 달래 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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