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수이 아가씨 좋아하세요?”
“……들짐승을 길들이는 것 같아. 내 손을 탈수록 벽을 허물어 가는 게 보여서 재밌고, 조금 귀여워. 딱 그 정도 애정이야.”
처음엔 분명 그랬다.
계약 기간은 3개월. 굳이 계약 기간을 명시해 둔 이유는 어디까지나 보험이었다.
여자가 그를 마음에 품기에 충분한 시간이라 여겼고, 그전에 그가 먼저 질릴 수도 있었다. 이도 저도 안 되면 어떤 핑계를 대어서라도 계약을 연장하면 그뿐이었다.
이 또한 분명 그랬다.
“정식으로 교제를 청하는 바입니다. 진지하게 만나자는 겁니다. 결혼 전제로."
이제 정말로 잡았다고 생각했다.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뭐든 할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사라지면 안 되는 거였다.
"찾았어?"
"죄송합니다.“
까드득. 어둠 속에서 유리가 으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필 마지막이 잔뜩 흐트러진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때의 당신을 떠올릴 때마다 내가 더 병신같아. 쓰레기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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