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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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 최고의 기녀가 되기 위해 교방에서 스무 살이 되도록 실력을 갈고닦은 가야.풍류객들 앞에 첫선을 보이는 날, 불한당에게 납치당했다.“여기가 어딥니까?”“황궁이다. 사람들이 나를 황자 아니 광자라 부르더군.”백옥같은 얼굴에 미목이 수려한 미남자이나, 서릿발처럼 서늘한 눈빛에 오금이 저렸다.“소인이 무슨 죄를 지었나이까?”“내 눈에 뜨인 죄?”가야는 잘난 황자님의 말에 심장이 불안하게 뛰었다. 이자가 풍문으로만 듣던 미친 황자 정도율이라니.“이제부터 너의 이름은 타래다. 평생 내 곁에서 귀여움받으며 살게 될 테니, 마음껏 기뻐해도 좋아.”황자 도율은 돌담 위에 핀 붉은 장미처럼 자신을 현혹한 가야가 마음에 들었다.“나는 너를 절대 놓아주지 않을 거다.”“아니요, 소인은 반드시 궁에서 도망칠 것입니다.”가야는 도율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쳐보지만, 점점 그를 외면할 수 없게 된다.“또 악몽을 꾸셨습니까?”“또 너로구나, 나를 악몽의 끝에서 매번 구해준 이가….”황족을 모독한 가야를 마음껏 괴롭히려 데려왔건만, 번번이 그녀의 작은 손이 도율의 상처를 어루만진다.“내게서 도망치지 않겠노라 약조해.”“약조하지 않으면 소녀는 어찌 되는지요?”“내 너를 갈기갈기 찢어 죽일 테다.”가야는 아이처럼 애정을 갈구하는 도율을 가련하다 여기지만 어느새 그에게 마음이 흔들린 저 자신에게 당황하고 마는데….· 일러스트 : 송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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