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후 페일 황가 종속이 되는 것에 합의한다.]리하라는 10년 동안 봉인되어있던 ‘거인의 혈족’ 카테른을 깨워서 계약서를 내밀며 종속 관계를 주장하려 했건만……. 그의 입안에 있던 제논나무 잎사귀를 꺼내자,상체를 세운 카테른 하템이 선혈처럼 붉은 눈으로 그녀와 눈을 맞춰왔다.“너였구나. 내 암살자.”리하라는 자신이 숨을 쉬지 않고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공포였다. 동물적 감각이 말해주는, 포식자를 만난 피식자에게서 나온 자연스러운 공포.***“나에게는 하나도 좋을 게 없는 계약을 내가 가만히 두고만 볼 것 같아?”카테른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리하라는 그의 얼굴을 올려보기 위해 고개를 한참 위로 꺾어야 했다.누워있는 남자를 보는 것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저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그녀를 위축되게 하기에 충분했다.하지만 그녀도 가벼운 마음으로 이곳까지 온 건 아니었다. 그녀도 나름 일생일대의 목숨을 건 모험이었고 마지막 희망이었으니까.“그럼 원하는 내용을 넣으시면 되잖아요. 그리고 이 계약서가 정말 아무 효력이 없다면 당신이 이렇게 화를 낼 이유도 없으시겠죠.”생각보다 머리가 나쁘지만은 않은 리하라의 대답에 그는 한쪽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내가 원하는 내용이 어떤 걸 줄 알고?”마치 그녀를 한입에 삼켜 버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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