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잃은 채 바닷가에서 눈을 뜬 소원은
누군가에게서 도망쳐야 한다는 본능에 허겁지겁 몸을 숨기다 깨닫는다.
아, 여기 소설 속이구나.
구질구질한 소설에 빙의해 버린 게 틀림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소원에게 자신이 애 아빠라 주장하는 남자, 우재영이 찾아온다.
엉망이 된 소원의 몸 상태에 자책하던 그는 필사적으로 소원을 붙잡는다.
“재활까지 두 달. 그때까지만이라도 내가 널 책임질게. 날 이용해, 유소원.”
행복한 결말을 봐야 하는 이야기 속
소원은 뭐가 됐든 몸이 먼저 나아야 한다는 생각에 그의 손을 잡기로 하는데...
* * * * * *
“또 불러 줄 테니까 몸 상태 봐 가면서 놀아.”
“네.”
“창문은 다 열지 말고. 체온은 하루에 적어도 두 번씩은 재.”
“과보호…….”
“네 꼬라지를 봐라. 걱정 안 하게 생겼나.”
“……병원 지겨워요.”
“알아. 그래도 조금만 참아. 퇴원하고 나면.”
우재영이 답지 않게 머뭇거리더니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원한다면 지낼 곳을 구해 줄 수도 있겠지만…….”
“…….”
“아직 짐 안 치웠어, 내 집.”
그 말이, 이상하게 꼭 자신과 함께 있어 달라는 말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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