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물러나고, 서서히 숲 너머의 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그녀의 시간이 지고, 그의 시간이 밝아온다.
후천적 주맹증을 앓는 알리시아 W 에밀헤임.
무채색으로 이루어진 그녀의 세상을 다채롭게 물들이기 시작한
르한 아브 에스트리센.
그가 자신을 이용한다는 걸 알면서도 기꺼이 이용당해 주었다.
그는 주저하지 않았고, 그녀 역시 망설임 없이 내어주었다.
그에게 그녀는 수단이었고,
그녀에게 그는 목적이었을 뿐.
그래서 안도했고, 방심했으며, 아름다움에 질식하는 것도 모른 채 빠져들었다.
더는 그녀의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
르한은 숲으로 뛰어들어갔다.
파편처럼 산산이 부서져 흩날리는 유리의 숲으로.
일러스트 _ 델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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