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재회. 바라던 무시.
우리의 관계는 거기까지여야만 했다.
“나는 널 이용한다고 쳐. 넌 왜 이용당하는 건데?”
“이유가 필요해? 그럼 지금 만들고.”
끝내 지우지 못한 미련들 때문이었을까.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끝을 맺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끝을 보면 시시해질 것 같아서.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었어.”
“울먹거리면서 만나자는데 어떻게 안 날아와?”
하지만 밀려드는 네게 자꾸만 약해진다.
나는 너를 잊을 수 있을까.
우리에게 완전한 마침표라는 게 가능할까.
지독한 인연. 끝없는 마음. 확실한 엔딩.
그 어지러운 시간들의 기록, <이별 청혼>
<본문 중>
“이 영화만 찍으면 다시 미국 갈 거야.”
윤조는 그녀가 할 수 있는 말을 꺼냈다. 끝을 정해야만 한 발을 내디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결말이 있어야만 이 모든 걸 뻔뻔하게라도 감당할 수 있을 테니까.
“그때까지만이라도 괜찮으면….”
“그보다 빨리 끝날 수도 있겠지.”
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태석이 덧붙였다. 정말 그럴 수도 있었다. 진지해질 필요가 없다는 말일 텐데 그게 또 야속해지기도 한다.
“아니면 평생 엮일 수도 있고.”
그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윤조는 놀라 살짝 그를 밀었다. 하지만 태석의 가슴은 밀리지 않았다. 버티고 선 채로 그녀를 빤히 들여다봤다.
“하지 마.”
“왜, 계약 연애는 키스하면 안 돼?”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하기 전이었다. 낮게 뇌까리는 목소리가 귓가에 스몄다. 태석은 짙은 눈빛으로 그녀를 진득하게 품었다.
“룰은 우리가 만드는 거야.”
녀석의 입술이 그대로 덮치듯 내려왔다.
일러스트: 우이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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