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성

중독성 완결

“없었던 일로 해 주세요.”

떠날 채비를 하던 상문이 우뚝 동작을 멈추었다.
그는 몇 초간 미동 없이 서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아린을 보았다.

“당신이랑은 결혼 안 할 거예요.”
“내 어디가 마음에 안 드는데?”

상문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편하게 말해 봐. 고치도록 노력할 테니까.”
“당신은 내 어디가 마음에 들어서 결혼하겠다는 건데요?”
“네 엄마가 그러더군.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한 애라고. 이제까지 한 번도 부모님 말씀을 거역한 적 없다면서.”

상문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아내가 필요해.”
“그게··· 다예요?”
“눈 맞아서 결혼하는 것도 아닌데,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하나?”

상문은 흔들리는 아린의 눈망울을 즐겁다는 듯 응시했다.

송아린은 예쁜 얼굴 빼면 볼 거 없는 여자였다.
애초에 우빈 그룹을 손에 넣을 때까지 적당히 이용해 먹다가, 볼일이 끝나면 관심 끊을 생각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무방비한 그녀의 모습에 점점 심기가 불편해졌다. 아린은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다. 손쉽게 호텔로 따라왔고, 심지어 침대에서 조금 예뻐해 주니까 자지러지며 좋아하기까지 했다.

이래서 이 애를 밖에 내놓을 수나 있을까. 누군가 맛있는 음식이나 달콤한 말로 저를 유혹하면 꼬리를 살랑거리며 쫓아갈 것이 불 보듯 뻔한데. 내게 그랬으니 다른 남자에게도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정체 모를 불안감이 점점 가슴 한구석에 똬리를 틀기 시작한다.

일러스트: 애쉬케이(As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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