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이유은 씨,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지 않아요?”
절대 어설픈 수작이 아니었다.
오래전 여름날 환자의 죽음 앞에서 무력감에 젖어있던 정범우를 구원해 준 여자.
이유은이 분명했다.
그때는 서브 인턴십도 끝나기 전에 튀더니, 지금은 감히 스승을 모른 척해?
“죄송합니다. 저는 기억이 안 나서요. 그럼 살펴 가세요. 정범우 선생님.”
이유은의 첫사랑이자 짝사랑이었던 남자.
세상이 무너지던 날 가장 아픈 상처와 맞닿아 있는 남자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다.
“너 지금 자정을 넘긴 밤에, 술에 취한 상태로, 잘 모르는 남자 차 탄 거잖아.”
끝까지 모른 체하는 이유은이 괘씸해서 범우는 심장이 다 두근거렸다.
흉부외과 전문의로서 이건 부정맥이나, 심실빈맥이 아니었다.
명백한 두근거림이었다. 그러니까 괘씸해서.
“저는 교수님 오해 안 해요. 교수님이 어떤 분인지 잘 알거든요.”
여기서 유은이 혀 깨물고 죽는다고 해도 어떻게든 살려낼 훌륭한 의술을 갖춘 의사.
그리고 한때 이유은의 머릿속을 전부 차지했던 남자.
그때가 언젠데, 왜 아직도 두근거릴까.
“왜 노려봐?”
시선조차 귀찮다는 듯이 무심히도 묻는 정범우가 당황하는 모습이 궁금해졌다.
“잘생겨서 좀 봤어요. 왜요?”
유려한 미간에 실금이 그어졌고, 유은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고였다.
일러스트: 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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