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다니는 건 아는데, 그렇게 티를 내니까…….”
“…….”
“내 기분이 별로네요?”
내가 혜주 씨를 잡아먹는다고 한 것도 아닌데, 그렇잖아요?
혜주의 상사, 고건우는 느른하게 말했다.
하지만 혜주로서는 그를 피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가 자꾸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저를 흔들었으니까.
“대표님과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쩌지. 그건 좀 어렵겠는데, 혜주 씨.”
그 말과 함께 몸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온 그가 속삭였다.
“혜주 씨도 분명 낯선데 이상하게 익숙한 꿈을 꾸고…….”
“…….”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 거야, 그렇죠?”
혜주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를 마주칠 때마다 묘하게 익숙한 꿈을 꾸거나 환영에 시달렸으니까.
마치, 예전에 그와 어떤 관계라도 되었던 것처럼…….
그가 저를 애틋한 눈으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네가 기억 못 하더라도, 내가 기억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는 이게 기억이라고 말했다.
꿈이나 환영 따위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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