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 기증을 받고자 미국행을 택하며 퇴사를 통보한, 한종 그룹 전무 비서 설아인.
비혼 임신을 감행하려는 그녀에게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 들어왔다.
명실상부 최고의 유전자를 보유한 그녀의 상사, 차승재에게서.>
승재는 습관처럼 입술을 매만지며 헛웃음을 흘렸다.
웃고 있는 입꼬리와 달리 서늘한 눈이 아인을 향했다.
<본문 중>
“만약,”
“…….”
“내가, 도움을 건네면 받을 의향이 있습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기증자가 되겠다면요.”
아인은 누가 들었을세라 눈을 굴리며 주위를 확인했다. 다행히 그들의 이야기에 딱히 귀 기울이는 이는 없어 보였다.
모양새 좋은 눈썹이 명백한 의도를 담고 휘었다.
솔직히 이 어리석은 여자를 속이는 데 죄책감은 없다.
“농담이, 지나치시네요.”
그래서 가짜 미끼를 던졌다.
저주처럼 태어난 제게서 또 다른 생명을 탄생시키고 싶지 않아 정관 수술을 받은 것이 3년 전.
간절함에 눈이 먼 그녀가 지금 던진 미끼를 문다면, 모두에게 win-win이다.
그는 절실히 원하는 유능한 비서를 되찾을 수 있고, 그녀는 미혼모가 되지도 않을 거고, 불행한 생명을 만들어 내는 과오 따위도 저지르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여자는 당황하면서도 단칼에 거절했다.
잔에 남은 액체를 단숨에 목 안으로 털어 넣은 승재가 훗, 우습다는 듯 혀로 입술을 쓸었다.
“어째서?”
“전무님은 여러모로 대단한 분이시지만, 제가 기증자에게 원하는 요건을 갖추지 않으셨습니다.”
“무슨 뜻이죠?”
“저는 다정다감하고 유머 감각을 지닌 기증자를 원하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