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 여울지는 한낮

물결 여울지는 한낮

“관계를 허락한 건 맞지만… 전하의 씨를 배겠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그게, 따로일 수 있는가.”고 요는 공허한 시선에 그녀를 담았다.“다르지요. 저… 신첩은…….”그는 그녀가 어깨 위로 걸친 속저고리를 무자비한 손길로 젖히며 낮게 뇌까렸다.“공주는 중전이 될 것이다.”* * *그의 발소리만으로도 가슴이 술렁일 때도 있었건만, 이제 그 소리는 심장을 사늘히 굳힐 뿐이었다.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 하야는 그의 실체를 절대 잊지 않으려 다짐하며 제 앞에 앉는 요를 모진 시선으로 건너보았다. 달빛에 더욱 수려해진 그는 인사 한마디 건네지 않고 검푸른색 곤의 고름을 무심히 풀어냈다.하야는 옥좌에 앉은 그를 벗어날 방안을 모색하고그럴수록 요는 그녀의 숨통을 더욱 죄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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