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윗 디제스터(Sweet Disaster)

스윗 디제스터(Sweet Disaster)

"까먹고 이 말을 안 할뻔했네. 문주하, 사랑해달라고 구걸하지 마.""…….""후져 보여.“ 밀린 숙제를 다 끝낸 것처럼 홀가분해 보이는 정혁준은 자신을 그대로 두고 나가버렸다. 콧날이 시큰거렸다. 눈에는 힘을 줬다.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서. 문주하는 여전히 정혁준을 사랑하는데 그는 이미 끝났다고 했다. 같은 시간을 걷고 있는 게 아니라 정혁준은 궤도에서 이탈한 지 오래고 문주하만 홀로 남아 그 궤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정혁준은 가뭄이 온 듯 메말랐던 제 마음을 소나기처럼 흠뻑 적셔 말랑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여름 장마가 아니라 태풍 같은 재난이었다. 그가 주는 달콤한 순간들을 허겁지겁 즐기다 보니 저도 모르게 태풍의 눈에 들어와 있었다는 걸 다 지나서야 깨달았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수습할 수 없는 상처의 잔해만이 남았다. 주하는 태풍의 눈 속에서 평온하다고 천치처럼 행복하게 웃고 있었던 그때의 자신에게 침을 뱉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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